Virtuous Circle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는 말도 있듯 자고로 머리는 차갑고, 발은 따뜻한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시도 때도없이 얼굴에 화끈화끈 열이 오르고 , 배와 다리는 차가운 상열하한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세상이 스마트해질수록우리를 괴롭히는 현대인의 고질병, 상열하한증 극복 노하우.
에디터 박세미 사진 박지홍 스타일링 임윤주

올 겨울부터였다. 평소 안면 홍조 증상이 있기는 했지만 소위 '화병'이 난 것처럼 유난히 얼굴로 열이 오른 반면, 하체는 얼음장처럼 시리고 소화도 잘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죠? 운동 부족 때문이에요." 병원을 찾은 에디터에게 명옥헌한의원의 김진형 원장이 꺼낸 첫마디는 이러했다. "수면 시간도 불규칙하고 길지 않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뇌를 많이 사용할수록 열은 자꾸 위로 올라와서 머무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혈액순환 기능이 바닥을 친 것이죠." 또 현대인의 열 중 여덟은 알게 모르게 상열하한증을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신체기관 중 가장 많은 일을 하는 부위는 단언컨대 뇌. 예전에는 뇌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과도한 업무와 스마트폰, 이어폰 등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요즘 뇌는 늘 과부하 상태다. 그런데 상열하한증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건강에 좋지 않다. 배가 차서 소화도 잘되지 않고 목과 어깨가 결리며 눈이 뻑뻑해지는 것은 약과.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이 심해지고, 만성적인 두통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피부 건강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안면 홍조 증상이 가장 심각해요. 모세혈관이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다 결국 만성적으로 붉은 톤을 띠게 되죠. 또 열노화라는 말도 있듯 얼굴에 열이 나면 피부 노화도 몇배는 빨리 진행돼요. 탄력이 떨어지고 모공도 점점 확장돼 밑으로 늘어지죠. 한편 여드름, 만감한 피부도 상열하한증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열하한 현상이 심한 사람은 대부분 탈모 환자라고, 이처럼 건강과 아름다움을 모두 해치는 상열하한증.어떻게 하면 잡을수 있을까.
"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입니다. 걷기나 요가 등 차분한 운동이 가장 좋아요. 걸을 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천천히 발이 땋에 닿는 감각에 집중하세요. 머리로 몰린 감각을 아래로 끌어내려 자연스럽게 상체의 열을 내려줍니다."라고 김진형 원장은 덧붙인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수면이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며 7~8시간 이상은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우리 몸에는 양기와 음기가 있는데,양기는 따뜻하고 활동적인 기운이며 음기는 진정과 하강하는 기운이라고. 그런데 음기는 우리가 자는 동안 작용하기 때문에 수면이 혈액순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잘 때 발목을 압박하지 않는 부드러운 소재의 양말을 신어 발을 따뜻하게 하고, 일중일에 세 번 정도 자기 전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때 천일염을 소량 넣어주면 해독 기능도 할 뿐 아니라 혈액순환이 더 활발해지니 참고하자. 복부나 등 마사지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도 효과적이다. 뭉친 근육과 림프선 때문에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혈관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바빠서 에스테틱을 찾지 못할 땐 배에 핫팩을 붙이거나 배를 수시로 시계 방향으로 문질러 주자. "날씨에 상관없이 하체의 체온은 36.5℃를 유지해야 해요. 체온 밸런스를 맞춰주는 기능성 속옷을 입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래가 따뜻한 것만으로도 소화불량, 생리통, 위염, 방광염 등의 증상이 완화될 수 있거든요." 메디칼언더웨어 클레버메리안 강은정 대표의 말이다.
상열하한은 별것 아닌 '체질'로 흔히 간과하기 쉽지만 여성에게 특히 치명적인 '질환'이다. 약물, 시술, 레이저 등 똑 떨어지는 치료 방법을 제안해줄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 덜 받고 삶의 리듬을 반 박자 늦추어 여유를 갖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 불꽃처럼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얼굴의 열감, 차디찬 두 발의 아우성을 모른 체하지 말라. 지금 당신의 혈액순환이 버퍼링 중이라는 신호다.